도서요약

가족이 힘을 합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초보산타 2010. 1. 23. 03:30

대한민국 모든 가족들에게 전하는 ?가족 성공학?

가족이 힘을 합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김미경 지음/명진출판/2009년 3월/280쪽/12,000원)

 

가족이 힘을 합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김미경 지음/명진출판/2009년 3월/280쪽/12,000원)


■ 책 소개

대한민국 가족에게 힘과 용기, 희망을 전해주는 기업교육 전문강사 김미경의 신작. 어렵고 힘든 시기를 넘어야 하는 대한민국 모든 가족들에게 전하는 ?가족 성공학?을 담고 있다. ?가족 성공학?이란 현실이 어려워도 가족의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지켜가는 데 필요한 실용적 지혜를 말한다.


우리 가족의 꿈을 위축시키고 희망을 흔들리게 하는 장애물을 가족이 힘을 합해 함께 뛰어넘을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전해준다. 또한 위기돌파력이 강한 ?가족 DNA?는 어떻게 만들어지며 그 DNA가 어떻게 대물림되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당장 우리 집을 ?희망제작소?로 거듭나게 할 구체적인 방법들을 담았다.


■ 저자 김미경

?대한민국 가족의 꿈을 지켜주는 사람? 국내 최고의 기업교육 전문 강사이며 컨설턴트. 1964년생. 연세대 음대 졸업.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석사. 더블유인사이츠(www.w-insights.co.kr) 대표, 아트스피치 연구원(www.artspeech.co.kr) 원장. 여성신문사 2007년 미래를 이끌어갈 여성지도자상 수상, 2008년 창의서울포럼 복지부문 부대표. MBC-TV <기분좋은날> ?김미경의 부매랑? ?김미경의 2009년 불황극복 특강? 등을 통해 큰 공감을 얻었고, MBC-TV <아름다운 도전>과 SBS 라디오 <김미경의 행복 레시피>를 진행했다. 저서로는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성공과 실패에서 배우는 여성 마케팅』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황금사과』가 있다.

 

가족이 힘을 합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프롤로그 - 내 소중한 사람들이 넘어지지 않도록 그 손을 꼭 잡아주는 ?가족 성공학?

저는 고달픈 삶의 기로에 설 때마다 머릿속에 한 사람을 떠올리곤 합니다. 바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우리 엄마, 홍순희 여사입니다. 칠순이 넘은 친정엄마의 깊게 패인 주름 속에서 우리 가족의 위기극복 히스토리를 발견하곤 합니다.


좋은 때도 많았지만 돌이켜 보면 우리 부모님은 가족들을 건사하기 위해, 가족이 깨지거나 흩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가족의 소망과 꿈을 이뤄내기 위해 수많은 위기를 넘고, 험난한 세월을 견뎌왔습니다. 부모님은 도대체 어떻게 그 시절을 살아왔을까요. 이제 와서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뼈아픈 위기극복의 이야기를 대하소설로 엮어 들려줍니다. 그리고 그 대하소설은 저에겐 최고의 성공학 교과서가 됩니다. 그렇게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놓은 부모님의 인생은 고스란히 저의 뿌리가 되고 제 성공의 근본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저의 ‘가족 성공학’입니다. '가족 성공학‘은 현실이 어려워도 가족의 꿈을 잃지 않고 지켜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지혜입니다. 제가 부모님의 역사로부터 위기극복의 해법과 성공의 근본을 찾은 것처럼 여러분도 부모님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귀중한 유산이 있을 겁니다. 이제 그것을 주춧돌 삼아 여러분 스스로 새로운 희망의 역사를 써나가야 합니다. ‘가족 성공학’은 위험한 커브길에서 내 소중한 사람들이 넘어지지 않도록 지켜주고,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세워줄 모든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는 지금 위험한 커브길에 서 있습니다. 이 커브길에서 내 가족 누구도 넘어지지 않도록 서로의 손을 잡아줘야 합니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내게 소중한 사람들 모두 나의 가족일 겁니다. 어려운 시기에는 연인과 친구, 직장동료와 상사, 이웃에게도 모두 ‘가족 성공학’의 개념을 도입해야 합니다. 그렇게 서로의 손을 잡아주며 우리는 잊고 있던 것들과 잃어버린 것들을 회복해가야 합니다. 바로 세상의 모든 가족이 가지고 있는 본래적인 마음, 즉 ‘온전한 사랑과 신뢰, 포용과 배려’ 말입니다. ‘가족 성공학’의 가장 밑바탕이 되는 이 에너지들을 가정의 손끝에서 기업의 손끝으로, 기업의 손끝에서 전 사회의 손끝으로 전해나간다면 그 손끝에 담긴 힘으로 우리 대한민국을 어려움 속에서도 단단히 지켜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가족의 꿈을 지키자

가족의 마음을 샅샅이 공개하라

경기가 나빠지면 가족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가장들은 더욱더 외롭고 고독해진다. 우리나라 남자들의 특징이 좋을 때도 별로 얘기 안 하고 나쁠 때는 더 얘기 안 한다는 것이다. 남자로서의 자존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자기가 얼마나 힘든지 얘기하는 순간 우리 가족 전체가 흔들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묵묵히 버텨야 우리 가족이 살 수 있다는 생각은 위기 때는 절대 도움이 안 된다.


위기는 가파른 커브길에 비유할 수 있다. 커브길에서 코너를 돌 때 가족이 다 넘어지면 ‘아, 여긴 원래 넘어지는 데구나’ 하면서 서로 일으켜 세워주고 한 번 웃어주면 그만이다. 그런데 혼자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줄 사람도 없거니와 너무 고독해진다.


이번 경제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에서는 요즘 불황과 가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이들 연구 보고서를 보면 불황 때 가족을 지키기 위한 첫 번째 수칙으로 “불황을 공개하라”고 한다. 지금 가장이 겪고 있는 심각한 위기 상황을 가족 모두에게 솔직히 얘기하라는 것이다. 안 그러면 가족 불화를 넘어 해체로 쉽게 넘어가기 때문이다.


남편이 겪고 있는 위기를 말하게 하려면 아내가 현명해져야 한다. 배려 있는 따듯한 말 한마디, 정성이 가득한 도시락도 남편의 입을 여는 비약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힘든 때는 보양식보다는 속이 편하고 든든해지는 국밥 한 그릇이 훨씬 도움이 된다. 남편의 입을 열려면 호들갑스러운 태도보다는 담담하고 차분한 태도가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남편의 얘기를 담담하게 들어주고 들볶지 말고 결론이나 최선의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만약 우려했던 위기 상황이 닥치면 '그래도 살 수 있다'며 남편을 위로하고 새롭게 출발할 힘을 비축해야 한다.


위기의 파고를 넘어가는 가족에게 리더가 정보를 공유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 가족이 거친 물살과 암석을 뚫고 목적지까지 무사히 가기 원한다면 지금 당장 모든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를 함께 넘을 수 있고 그 성취감이 다시 가족을 가족답게 끈끈하게 묶을 것이다. 아직도 혼자 끙끙대는 아버지가 있다면, 지금 바로 발걸음을 돌리자. 사랑하는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100년 성공 가족에게는 특별한 DNA가 있다

가족이 3대 동안 잘 되려면, 80년을 무사히 가려면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 그것은 명예도 권력도 돈도 아니다. 그 집안의 훌륭한 가풍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 고난을 감당하는 방법 등 3대가 동일하게 갖고 있는 일처리 방식과 습관을 가풍이라고 부른다. 이는 곧 대를 이어 전해지는 유전자 물질, DNA와도 비슷하다. 성공을 만들어가는 역량, 고난을 극복해가는 근성, 삶을 살아가는 방식 또한 DNA처럼 대에 대를 걸쳐 유전된다. 따라서 위기 때일수록 나와 우리 가족이 물려받은 흥하게 하는 ‘흥 DNA'와 망하게 하는 ’망 DNA'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는 그 중에서 특별한 ‘흥 DNA’를 ‘장인정신’, ‘지독함’, ‘낙천성’, ‘자신감’으로 정리한다.


▪일에 대한 존경심과 자부심에서 탄생하는 ‘장인정신’

내가 자주 가는 한 설렁탕집은 드물게 2대째 성공적으로 가업을 잇고 있다. 아들이 어머니의 음식 솜씨와 서비스, 철학까지 완벽하게 전수받았기 때문이다. 이 설렁탕집 어머니는 완벽한 대물림을 위해 처음부터 아들을 항상 곁에 두었다. 그리고 아들에게 사업을 맡기기 전에 큰 솥에 불 때는 것부터 가르쳤다. 아들은 수시로 들락거리는 주방 식구들을 다루는 법까지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동시에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갔다. 어머니의 일은 보기엔 쉬워 보였지만 깍두기 담그는 것부터 좋은 고기를 들여오는 것까지 무엇 하나 쉬운 일, 대충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머니와 아들 모두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이 한결같으니 음식 맛이 변할 리 없었다. 자식에게 흥 DNA를 물려주고 싶다면 부모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만의 콘텐츠를 완성할 수 있고 거기서 장인정신이 나오기 때문이다.


▪역경과 고난을 돌파하는 기술, ‘지독함’

내가 어렸을 적, 엄마가 양장점을 하다가 친척들로 인해서 큰 빚을 진 적이 있다. 그때 엄마는 3년 동안 수제비만 드셨다. 당시 엄마가 얼마나 수제비를 드셨는지 위염에 걸려 평생 위장약을 달고 살아야 할 정도였다. 그때 엄마 화장대 앞에는 이런 표어가 붙어 있었다. “1000. 파도야 쳐라, 태풍아 불어라, 홍순희가 쓰러지나봐라.” 1000이라는 숫자는 해결해야 할 빚이었고, 글귀는 수제비를 먹기 위한 자기 주문이었다. 그때 1천만 원은 지금으로 치자면 1억이 넘는 돈이다. 상황이 이쯤 되니 엄마가 죽어라 허리띠를 졸라맸던 것이다. 결국 엄마는 수제비를 먹어가면서 그 빚을 3년 만에 다 갚았다. 그 뒤 우리 집은 다시는 빚질 일도, 수제비 먹을 일도 없었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지독하게 굴지 않으면 자식들에게까지 피해가 간다. 부모가 해결 못한 위기는 자식들도 해결하지 못한다. 부모가 하는 대로 똑같이 보고 따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집은 이런 위기를 4대까지 대물림한다.


가난하게 결혼을 시작했던 나는 낡은 재봉틀을 하나 구해 옷을 만들어 입었고 커튼도 동대문에서 자투리 천을 끊어다가 모자이크식으로 만들어 달았다. 서너 정거장쯤은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 다녔다. 그러나 결코 서럽지 않았다. 엄마도 그렇게 해서 성공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 세상 모든 부모는 위기극복의 성공모델이어야 한다. 부모가 넘지 못한 위기를 자식이 넘을 거라고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쉽게 포기하지 않고 즐길 줄 알게 하는 ‘낙천성’

아는 후배 아버지가 경찰관으로 일하시다가 몇 해 전 은퇴를 하셨다. 퇴직 후 하루도 쉬지 않고 다른 일을 찾아나섰지만 나이 먹은 퇴임자가 일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찾은 일이 택배였다. 후배 아버지는 하루 평균 130개를 배달해 한 달에 1백만 원 정도 벌 수 있었다. 사실 수고에 비해 적은 금액이었다. 이를 보다 못한 아내와 자식들이 말렸지만 아버지는 웃으며 말했다. “민원인들이 택배 받으면서 고맙다고 할 때 얼마나 기분 좋은 줄 알아?” 오랫동안 경찰 생활을 하다 보니 ‘민원인’이 입에 붙은 것이다. 민원인 대신 고객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때 즈음, 아버지가 갑자기 몸살이 났다. 어쩔 수 없이 아들이 아버지 대신 택배 일을 나갔다. 이 직장 저 직장 옮겨 다니다 1년 전부터 집에서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고 있던 아들이었다. 그런데 택배라는 게 보기보다 만만치 않았다. 고작 40개를 했을 뿐인데 온몸이 쑤시고 해는 뉘엿뉘엿 넘어갔다. 그제야 아들은 아버지가 얼마나 힘들게 일하시는지 알게 됐다.


얼마 후 아들은 마음을 바꾸고 바로 중소기업에 취직했다. 아버지의 일을 직접 경험하면서 부모님이 그간 얼마나 힘들게 삶을 꾸려왔는지를 배운 것이다. “나는 민원인 말고 고객들과 살고 싶다”라는 아버지의 낙천적인 삶의 방식을 존경하게 됐고 이를 다시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였다. 1년이 지난 지금, 후배의 아버지는 성실함과 열정을 인정받아 치열한 경쟁을 뚫고 백화점 택배 일을 따냈다. 자식들은 경찰이었을 때보다 지금의 아버지를 더 존경하게 됐다고 한다.


▪이겨 내고, 해낸 경험에서 커지는 ‘자신감’

엄마의 양장점이 창업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을 무렵, 하필이면 우리 집 딸들이 한꺼번에 대학에 다녔다. 우리들 등록금을 대자면 지금 돈으로 2천만 원 가량의 돈이 필요했다. 이 금액은 조그만 시골 양장점에서 단기간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푸념만 하고 있을 엄마가 아니었다. 엄마는 등록금 시즌이 되면 증평 아줌마들을 버스에 싣고 설악산 관광을 보냈다. 일종의 컨버전스 마케팅을 나름 개발하신 것이다. 여자들이 놀러갈 때 가장 먼저 찾는 것이 옷이다. 엄마는 이를 겨냥해 단체복 주문을 받았다. 빨간 바지 120벌을 팔고 나면 우리들 등록금을 얼추 맞출 수 있었다. 빨간 바지 만드느라 며칠을 밤샌 엄마는 설악산에 가서도 아줌마들 접대하느라 의자에 한 번도 앉지 못했다. 그때 관광버스에서 부른 노래가 200곡이 넘는다고 하신다. 그게 자식들 대학등록금을 마련케 해준 고객들에 대한 ‘감사 서비스’였다.


엄마는 벼랑 끝에서 기회를 만들어냈다. 위기가 닥쳤을 때 포기하지 않고 버텨내려고 하면 어디 있는지 모르는 능력이 ‘펑’하고 터진다. 이러한 경험이 누적됐을 때 비로소 자신감이 생긴다. 자신감은 갖고 싶다고 해서 갑자기 나오는 것이 아니다. 반복적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온 경험, 이루어냈던 경험 속에서만 만들어진다. 그만큼 자신감은 지금의 경제 위기에서 가장 필요한 흥 DNA일지도 모른다.



우리 집이 ?희망 제작소?여야 한다

희망 제작소 VS 실망 제작소

시대가 어려우니 모두들 희망이 어디 있는지 희망을 찾아나선다. 물론 눈에 잘 안 보이기 때문에 찾는 것이다. 그런데 그 희망을 찾으려면 어떡해야 할까? 우리 집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우리 집이 ‘희망 제작소’이기 때문이다. 원래 희망 제작소라는 말은 시민사회운동가인 박원순 변호사가 만든 것인데 나도 종종 사용한다.


우리 회사에 한 달에 한 번씩 여성들을 초대해 멘토링 해주는 ‘코유라(Coaching Your Life)'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강의에서 한 번은 “우리 집이 희망 제작소예요”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다들 좋아했다. 내가 “희망 제작소에서는 절대로 생산해서는 안 되는 제품이 있어요. 미련, 후회, 불신, 비교, 이 네 가지요”라고 말했더니 강의를 듣던 여성들 대부분이 “어머, 쿡 찔리네요. 남편한테도 애들한테도 비교를 많이 해서요”라며 웃었다.


작은 거라도 비교하기 시작하면 그 집은 희망 제작소가 될 수 없다. ‘실망 제작소’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옆집보다 늘 낫다고 생각해야 된다. 우리나라 아내들은 이제부터 가정이라는 희망 제작소의 소장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걸맞은 ‘희망의 리더십’을 구현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라도 이 네 가지만 몰아아내보라고 주장한다. ‘미련’, ‘후회’, ‘불신’, ‘비교’.


아빠들이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이런 경우다.

“여보, 나 회사 그만둬야 할 것 같아. 상황이 그래.”

“그럼 뭐 할 건데?”

“글쎄, 그게 고민이야. 치킨 집을 알아볼까 해. 우리 부부가 힘을 합하면 잘할 수 있지 않겠어?”

“치킨 집이 되겠어? 게다가 우리 동네만 해도 대여섯 개가 넘는데 너무 많잖아. 내 친구 남편이 PC방 하는데 수입이 쏠쏠하대. 당신도 그거 해봐.”


소장이 이렇게 말하면 곤란하다. 왜냐하면 그 친구 남편은 PC방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고, 그 방면으로는 환한 사람이다. 게다가 사업 초기 대학가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PC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이 살아온 남편더러 그거 하라고 권유해서 승부가 날까? 소장은 친구 남편이 쏠쏠하게 돈 벌어온다는 소리만 들었지 PC방 업계가 어떻게 지각 변동하는지 알지 못한다. 남편의 재능이나 능력, 관심이나 취향과 상관없는 이런 조언은 우리 집을 실망 제작소로 만드는 행위다. 남편의 인생 2막을 구상하고 있을 때 아내는 ‘누가 뭘 해서 돈 벌었다‘ 하는 풍문과 소문, 전해 들은 이야기는 모조리 잊어야 한다. 일단 남편이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희망 제작소의 원조격인 박원순 변호사가 이런 말을 했다. “경제 위기를 이겨내려면 국민 모두가 소기업 사장이 되어야 한다. 헌법도 개정해야 한다. 헌법 1조 1항을 ‘모든 대한민국 국민은 소기업 사장이 될 수 있다’로 바꿔야 한다.”


이제 ‘치킨 집 사장’은 승부 안 나니 다들 관심 끄자는 말이다. 문제는 창의력과 상상력이다. 그런데 우리 남편에게 주로 이 두 가지가 없을 때가 많다. 그러나 창의력과 상상력이 없다고 남편을 나무라서는 안 된다. 그 두 가지는 가정이라는 희망 제작소에서 생산해야 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박원순 변호사가 이야기한 것처럼 전 국민이 소기업 사장이 되어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면 우선 자신이 종사하던 일과 관련된 유사 업종을 개발하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필요하다. 교사 출신 아내가 “내가 떡볶이 장사 못하겠니?” 한다면 이건 완전히 오버다. 그보다는 자신이 하던 일 중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나 더 잘하는 것, 아니면 할 수 있는데도 급이 떨어져서 안 하고 있는 것 중에서 개발해야 한다. 하지만 그럴 땐 대부분 자존심을 내세운다. 예를 들어 교사하던 사람이 맞벌이 부부의 아이를 위한 공부방을 한다든지, 기자 하던 사람이 전단지나 홍보물을 만든다든지 하는 일 말이다.


물론 위기의 순간 새롭게 터져 나오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 나는 교사하던 남편이 전혀 관심도 없는데 생계를 위해 치킨 집을 하고, 기자 하던 남편이 남들이 잘 된다고 하니까 피자 집 하는 것에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가정이라는 희망 제작소는 이런 결정을 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나 옆집 남편, 친구 아들과의 비교가 계속 존재하는 한 우리 집에서 희망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런 집은 실망 제작소가 될 뿐이다.


커브길은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길이 있다. 하나는 구불구불 돌아가는 커브길이고 다른 하나는 눈감고도 가는 곧은길이다. 살면서 우리는 모든 것이 순탄하게 풀리는 곧은길을 가기도 하고 힘들고 험난한 커브길을 만나기도 한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곧은길과 커브길을 번갈아 걷는다.


험난하고 힘들어 웬만하면 가고 싶지 않은 것이 커브길이지만 이 굽은 길에는 우리가 모르는 장점이 있다. 바로 그 코너를 도는 중에 순위를 바꿀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IMF 때 상위 20퍼센트 기업이 소리 없이 사라지고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기업이 상위 20퍼센트로 치고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코너를 어떻게 도느냐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엇갈린다. 이는 가정도, 개인도 마찬가지다.


곧은길에는 비슷한 기량을 가진 사람들이 뛸 경우 웬만해서는 순위가 바뀌지 않는다. 쇼트트랙 경기를 보면 알 수 있다.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은 유난히 커브길에 강하다. 나는 쇼트트랙 경기를 볼 때마다 가슴 졸이며 커브길이 빨리 나타나길 기다리곤 했다. 직선 코스에서는 뒤지는 듯 조마조마하지만 코너를 도는 순간 우리 선수들이 선두로 나서기 때문이다.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이 커브길을 잘 도는 이유에는 선배 선수들로부터 쌓아 내려온 특별한 기량도 있겠지만 하루 8시간에서 10시간이 넘는 엄청난 연습과 훈련 때문이다.


인생의 커브길을 도는 기술도 마찬가지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가풍과 흥 DNA, 전략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더불어 자신이 극복해낸 경험과 연습을 통해 인생의 커브길을 잘 도는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다. 커브길은 가고 싶지 않은 길이지만 그 길에서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고, 근성을 키울 기회를 얻는다. 커브길을 돌 때 빠르게 잘 돌 전략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심을 잡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무리하게 속도에만 집착하다 보면 원심력 때문에 코스를 이탈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생에서도 커브길과 마주쳤을 때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커브길을 넘어갈 때 가장 큰 장애물은 외부 요인이 아니라 내부 요인이다. 커브길에 맞닥뜨려선 ‘헉, 어떻게 이걸 돌아가지’라며 미리 겁을 먹는 마음이 가장 큰 장애가 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요즘 같은 불황에 사업이 제대로 되겠어? 요즘 같은 때는 납작 엎드리는 게 최고야’라고 생각하고 있다. 10년 전 IMF 때는 커브길을 도는 기술이 없으니 전 국민이 납작 엎드렸다. 그렇게 해서 커브길을 지나갔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요즘 같을 때 납작 엎드리면 단단히 준비한 사람에게 밟힐 수 있고, 그들에게 순위를 내놓아야 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밟히지 않기 위해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넘어갈 것인가에 대한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가장이라면 더욱 철저한 뱃심과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잘못 코너링을 하면 뒷사람까지 같이 미끄러지기 때문이다.


위기는 하나의 가파른 커브길이다. 그러나 심하게 휘어진 곡선도 1센티미터씩 자르면 직선이다. 아무리 심각한 위기의 시기도 365일로 쪼개 직선으로 살면 되는 것이다. 만약 내가 보험설계사라고 가정해보자. ‘이런 불황에 누가 보험을 들겠어?’가 아니라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안정적인 보험이 최고’라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지난해 하루 세 명의 고객을 만났다면 올해는 여섯 명씩 만나야 한다. 매일 자신이 정한 목표대로 고객을 만나고 마감하면 한 달 후에는 적어도 한두 건씩 실적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렇게 지난해보다 더 굵은 직선으로 하루하루를 살다보면 내가 살아온 365일은 고스란히 곧은 길이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커브길에 들어서기도 전에 생각을 ‘곡선’으로 한다. ‘이런 때 고객이 만나주겠어?’ 걱정하는 순간 그 사람의 인생은 진짜 커브길이 된다. 어떤 사람은 스스로 매일 깊고 긴 곡선을 그리기도 했다. ‘이럴 때 보험 들면 미친놈이지’라며 될 일도 안 되게 생각하는 것이다. 보험설계사가 ‘보험을 들면 미친놈’이라고 생각하는데 감화될 리 없다.


인생에서 커브길을 맞닥뜨렸을 때는 겁먹지 말고 하루하루를 직선으로 살아내야 한다. 1년 후에는 승리의 순위 바뀜이 이뤄질 것이다. 만약 이미 이뤄냈다면 이는 그 해만의 승리가 아니다. 앞으로도 비슷한 커브길이 두 번, 세 번 올 것이기 때문이다. 코너링 실력을 이미 갖췄다면 다음번에는 지금보다 더 속력을 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두세 번만 추월에 성공하면 세상에 두려울 게 없어진다.


지금 우리 앞에는 두 가지 선택이 놓여 있다. 평생을 두려움 속에 살면서 매일같이 커브길로 살 것인가. 아니면 ‘반드시 내 인생에서 한 번은 이겨보리라’ 다짐하면서 하루하루를 곧은길로 살아갈 것인가. 나의 선택에 따라 10년, 20년 후 나와 우리 가족의 삶이 결정될 것이다.


에필로그 - 가족의 재발견

얼마 전 김수환 추기경께서 선종하셨을 때 그 깨끗하고 품격 있는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던 많은 분들이 ‘아, 나도 저렇게 깨끗하고 품격 있게 살다가고 싶다. 그분처럼은 다 못하더라도 10퍼센트라도 닮으며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면 우리는 또 제자리에 돌아와 깨끗하지도, 품격 있지도 않은 일들에 사로잡혀 정신없이 살아갑니다. 그래도 자신의 꿈을 품고 바쁘게 열심히 살 수 있는 분들은 괜찮습니다. 그러나 가장 안타까운 것은 경제 위기가 오면서 많은 분들이 ‘꿈’을 잃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제가 최근에 알게 된 것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성공회 다시서기센터’에서 운영하는 노숙인 대상의 인문학 강좌였습니다. 그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신부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노숙인을 먹이고 입히고 재워주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그들의 삶도 가치 있다는 점을 인정할 때 노숙인은 다시 설 힘을 얻습니다.”


노숙인이란 가족을 잃어버린 사람들, 즉 가족과의 관계가 단절된 사람들을 뜻합니다. 우리가 모두 노숙인은 아니지만, 가족과의 관계가 모두 이상적인 것은 아닙니다. 그저 내 옆의 가까운 사람들이니까 무심하기 쉽고 배려가 부족한 것이 그야말로 우리들 가족의 ‘생얼’입니다.


시대가 어려워지면서 우리는 ‘가족밖에 기댈 게 없다’, ‘가족이 희망이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가족이란 존재는 대체 뭘까요? 그냥 쳐다보기만 해도 ‘희망이 쑥쑥 생기거나 아니면 나 힘들다고 그저 기대면 되는 존재일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관계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노력해 만들어가야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독자 여러분께 “가족은 그냥 희망이 되는 것이 아니다. 가족이 서로 희망이 되려면 어떠어떠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이 책을 덮으면서 ‘내 곁의 사람들이 참 소중하고, 가정이라는 공간, 가족이라는 관계가 나의 성장에 큰 역할을 하는구나’하는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다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가족의 재발견’을 통해 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큰 에너지를 얻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