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와 평화의 숨소리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한 7개의 연가

초보산타 2010. 9. 21. 10:28

1

탓하지 마라

누구나

길을 가다보면

잠시 쉴 때도 있고

오랫동안 쉴 때도 있고

길 위에서 잠들 때도 있다


갈래 길에서

길을 잘못 들어

막다른 길에 닿아서야

되돌아 올 때도 있고

깊은 산에서 길을 잃고

헤맬 때도 있다


2

소낙비를 만나

갑자기 흠뻑 젖을 때도 있고

돌멩이에 걸려

넘어져 다칠 때도 있고

수렁에 빠져

온몸으로 허우적거릴 때도 있고

불어난 개울물을 건너다가

한참을 떠내려 갈 때도 있다.


친구를 만나

동행할 때도 있고

강도를 만나

빈 몸으로 가야할 때도 있고

그 죽일 놈의 사랑 때문에

울면서 길을 갈 때도 있다


3

때로는

집에 두고 온 것이

못내 아쉬워

한참을 가던 길을 되짚어

옛집으로 되돌아가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웃지 마라

우리 모두는

길 위에 서있는 사람,

길을 나선 모든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집으로 돌아가야만 할 사람


집에서 멀어진 사람은

그 만큼 되돌아와야 할 길도 멀다는 것을

모든 길은 집으로 향한 길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줄 사람이

바로 그들이기에


4

되돌아가는 이 보고

앞선다 자랑하지 말고

잠든 이 보더라도

게으르다 비웃지 마라


우리 모두 한 때는

삶에 지쳐

저들처럼 길에서 잠들어 있었기에


그들도 언젠가는 깨어

우리와 함께 집으로 돌아와

편히 쉴 것이기에


5

미운 이 때문에 늦어진다

탓하지 말고

사랑하는 이 때문에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원망하지 마라


그들이야말로 한 때

우리를 위해 그토록 먼 길을

아무런 불평 없이 되돌아 가준

바로 그 사람이었기에


6

길 위에서

내가 만난 사람

그들이 바로 길이었기에

그들이 모두 나였기에


길은

언젠가

길 그 자체가

되고 말 것이기에


7

오, 상처받은 영혼들이여

그 누가

이 슬픔과 고통의 길 위에서

한번쯤 길을 잃고 방황하지 않았으랴

 

(퍼온글)  즐거운 한가위 명절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