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만추... 그리고 겨울이 찾아오는 길목
마지막가는 가을의 아쉬움에 몸부림치듯 억새풀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경주 무장산을 다녀왔다.
산행 들머리인 암곡동 주차장에서 무장봉 정상까지는 5.7㎞ 거리. 산행로는 무장봉 정상 아래까지 사철 맑은 물이 흐르는 덕동천을 거슬러 오른다. 숲은 햇빛 한 점 스며들지 않을 정도로 어두컴컴하다. 얼마나 숲이 짙었으면 암곡(暗谷)이라는 지명이 붙었을까. 개울을 몇 차례 건너고 호흡이 거칠어질 무렵에 무장봉과 무장사지로 가는 삼거리가 나온다.
억새로 뒤덮인 무장봉은 무장사지에서 3.1㎞를 더 올라야 만난다. 길은 가파른 곳이 거의 없어 동네 뒷산처럼 아늑하고 수더분하다. 하지만 계곡의 바위와 소(沼)는 해발 1000m급 명산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어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11월에는 심신조차 울긋불긋 단풍이 든다.
갑자기 하늘이 확 트이면서 억새군락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억새밭은 순백의 물감으로 채색된 한 폭의 수채화나 다름없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어른 키보다 높게 자란 억새가 새하얀 꽃을 피운 풍경은 황홀하다 못해 몽환적이다. 바람이 잡은 지휘봉에 따라 하늘하늘 춤을 추는 억새군락 사이로 사라지는 울긋불긋한 차림의 산행객들이 꿈을 꾸는 듯하다.
동대봉산(660m)의 한 봉우리인 무장봉(624m)은 본래 억새군락지가 아니었다. 1970년대 초 동양그룹이 이곳에 오리온목장을 조성해 운영했으나 80년대 비업무용 토지 강제 매각조치에 따라 축산회사에 매각됐다. 이 목장이 1996년 문을 닫은 후 방치되면서 억새가 돋아나기 시작해 무장봉은 어느새 전국 최고의 억새군락지로 거듭났다.
무장봉은 정상에서의 경관도 빼어나다. 발아래로 보문단지와 포항의 영일만이 보이고, 저 멀리 토함산 단석산 함월산 운제산 등 경주와 포항의 고만고만한 산들이 산수화를 그린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드라마 ‘선덕여왕’이 촬영되는 등 무장봉은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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