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을 늦게 한탓인지 입구에서 올라가는 등산객은 아무도 없다...
너무 늦어 진달래밭 대피소를 통제시간인 12시 30분전에 통과하지 못할지 모른다는
조바심으로 몸과 마음은 급해지고....
조금 올라가니 드문드문 등산객이 보이고 조금 더올라가니 많은 학생들이 올라가는 모습에
다소 마음이 안정되어간다..
초반에 천천히 가자고 해도 모두가 급한 마음에 추월추월.....
여기까지 왔는데 정상에 올라가지 못하면 두고두고 후회할것이라는 생각에
누구라고 할것없이 모두 각오가 대단한 것~~~
절대 포기는 없고 후퇴도 없다... 단지 전진밖에 없다는 진념의 정신으로 무장한 우리다..
추월하던 우리는 시간이 갈수록 서서히 지쳐가고
뒤따라오던 학생들은 우리 앞을 쌩하니 지나간다..
무리를 지어오던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광주에서 수학여행을 왔다고 한다..
역시 젊음은 좋다..
걸어가도 힘이 들어 죽겠는데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음박질로 올라가는게...
속밭을 지나 사라악까지는 한숨을 돌리며 올라왔건만 사라오름전망대로 올라가는 입구에 오니
마눌님이 힘들어하네...
아이들은 우선 먼저 올라가면서 쉬엄쉬엄 쉬었다올라가라 하고..
둘이는 쉬었다 올라가고 올라가다 쉬고....
마눌님 쉬었다 일어나면서 왈 머리가 띵하고 메스껍다고 하네....
산소 결핍? 아니면 음식먹고 체했는감?... 여기서 이러면 안되는데...
더 쉬었다간 정말 올라가지 못할것 같아서 천천히 긴호홉을 하면서 한발짝한발짝 올라가자고 하니
힘들어 죽겠다며 내려가고 싶다고 한다..
여기서 포기하면 안될것 같아서 짜증을 내니 속으론 엄청 나보고 욕을 많이 했으리라..
한숨돌리고 있으면서 배낭안에 아침에 고구마하고 사과가 있다며 내어보란다..
이런 횡재... 이런 복덩어리가 어디에 있담...
얼른 내어서 반을 나누어 주니 맛있게도 냠냠~~~~
더 주니 조금먹다 이제 되었다면 허리를 곱추세우며 앞선다..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으나 올라갈려면 어쩔수 없는일..
아이들은 저만큼 뒷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마눌님 조금씩조금씩 힘을 내어 올라가는 모습을 보니 나도 힘이 절로 생긴다..
조금 올라가니 아이들이 우릴 기다리며 쉬고 있네..
반갑기 그지 없다.. 모두들 힘겨운 모습이지만 함께 가고 있다는게
서로간의 위안이 되고 힘이 되는가보다..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하니 12시경... 통제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을 하였으니..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난다...
뭘 먹자고 하니 아무 생각이 없다며 정상에 올라가서 김밥으로 요기하자고 하며
마눌님이 앞장서고 딸래미가 뒤따르며 둘이 하나되어 올라가고..
아들래미하고는 대피소에가서 물을 몇병사서 챙기고 뒤따랐다..
정상이 코앞인데 올라가도 올라가도 끝이 없네..
어느산이고 간에 바로 앞에 정상인데 왜 그리 힘이 드는지 모르겠다..
아마 지치고 지쳐 기진맥진하여 빨리 정상이었으며 하는 욕심때문일런지..
한계단 한계단 올라가면 정상이다..
호홉을 길게 길게 내쉬라... 산소가 부족해서 호홉이 가빠지니 들이키는것 보다
내쉬는것을 깊게 하라고 ....
맞는지 안맞는지는 모르지만 힘내라고 부추키면 한말이다..
우리만 힘든게 아니라 모두가 다 힘들어 하는 모습이다.
학생들도 가다가 헉헉~~~
아저씨 아줌마도 아가씨 총각들도 모두가 헉헉거리며 자기와의 싸움을 한다..
아마 그 순간 다른이로부터 시킴을 당하면서 했다면 열에 팔구명은 사고치겠다는 생각..
중간중간 쉬었다가 밧줄에 몸을 매달려 올라가다시피 한발한발...
점점 갈수록 괴성이 울려퍼지는 소리가 크게 들리다..
아니 괴성이 아니라 승리의 함성...
정상을 정복했다는 승리감..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자신감...
세상 모든것을 얻은 성취감.....
모두가 숨을 헐떡거리면서 정상정복에 도취되어 정상석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곳에 오른 모두가 승리자요.. 오늘 하루만큼은 자기가 최고일것이다....
한라산 정상 정복 시각이 13시경
한라산 정상까지 올라온 마눌님... 아들래미 그리고 딸래미..
한없이 연약하기만 보였지만 오늘 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너무나 강하고 자기를 이길수 있는 자신감으로 뭉친 우리 가족이다..
정말 모두들 고맙고 장하다라고 밖에 표현할수 없네..
2013년 한가위 맞이 우리가족 한마음 단합 극기 훈련인 셈이다..
우리모두는 승리자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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